20살 갓 대학들어가 보드게임카페에서 일할 때였다.
같이 알바를 하던 누나가 어느날 딸기 홍차를 먹고 있었다.
달달한 딸기향이 옆에 앉아있으면 은은히 퍼져와 나도 한모금 먹어보았는데 쓰고 텁텁하고 이걸 왜 먹나 싶었다.
하지만 그 맛도 없는것을 향을 즐기며 한 모금씩 음미하는 그 누나의 모습이야말로 어른의 모습같았다.
그 이후로 나도 밤샘 알바 중간에 카페에 비치된 홍차티백을 한 개씩 맛을 보기 시작했고, 그러다 찾아낸것이 얼그레이였다.
"음.. 이 향기는 고3 때 친구가 공부할 때마다 들이 마시던 그 향기와 비슷하네~ 아로마 향이었나."
과일향 홍차는 달달한 향기와 맛이 이질감이 들었고, 가장 보편적이던 잉글리시 블랙패스트는 뭔가 곡물향이 너무 짙었다. 얼그레이는 내 맘에 쏙 들었다.
그 뒤로 얼그레이는 한동안 내가 즐겨먹는 차가 되었고(그 땐 커피맛을 몰랐다) 소개팅에서도 차를 먹을때면 뭔가 있어보이는척 "얼그레이 있나요? " 하고 묻곤 했다.
아무튼 그런적이 있었더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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